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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방은미 / 내레이션 - 정월미
평생학습관이 있는 청소년 복합문화센터에 ‘디지털 체험존’ 이 생겼다. 센터 후문 1층 우측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쏠린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과 고령의 어르신을 위한 특화된 공간이다.
오래전 뉴스에 햄버거를 주문하다 자괴감이 들었다는 어느 어머니의 사연이 나왔다. 먹고 싶은 햄버거 하나 주문하려다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키오스크 앞에서 막막하고 창피해서 “난 이제 끝났어” 라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내용에 사람들이 크게 공감했다. 키오스크는 인력난 해소와 오해와 분쟁의 최소화, 기업이익 등 현실적 문제와 경제적 가치에는 기여하지만 기기 사용에 미숙한 고령자의 심적 위축감과 소외감이 자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되며 모든 분야에 키오스크가 보급되고 규모도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키오스크가 뭐길래 익숙지 않은 사람은 아예 주문을 포기하고, 성공을 기대하며 화면 앞에서 버텨 보다 뒷사람의 눈치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에고~~ 내가 안 먹고 말지, 안 사고 말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도 마음 한편이 허탈하다.
키오스크(kiosk) 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정보 단말기를 말한다. 사람의 응대 없이 기계에 부착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는 무인 주문 기계로 고객이 직접 선택 및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1990년대 초에 등장하여 카페, 은행, 병원, 민원 발급, 패스트푸드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삶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어느덧 모두에게 키오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2019년부터 각 지자체에서 동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복지관의 디지털 배움터를 통해 고령층 대상 무료 교육이 진행 중이다.
부평구가 (재)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디지털 문해교육 확산을 위하여 추진하는 ‘2024년 생활문해학습관 운영 사업’ 에 선정되어 디지털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 내 부평구를 포함해서 7개소에서 디지털 체험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으며 무인민원발급기, 공항, 휴게소, 셀프계산 등 14개 상황별 체험이 가능하다. 이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보다 ‘피할 수 있어도 맞서라’ 라는 말이 현실적이다.
디지털 체험존과 때맞추어 학습관에서 ‘쉽게 배워 바로 쓰는 키오스크 및 스마트 App’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키오스크 이론과 교육장 모의체험, 외부 현장체험 등 6회차로 10월까지 알차게 진행된다.
“이런 걸 배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자꾸 뒤쳐져요. 이 수업이 끝나면 카페나 은행 업무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겠죠. 벌써부터 기대돼요. 키오스크는 한 마디로 <현대 생활을 위한 상식>이죠” 나이 지긋한 한순옥 학습자의 눈이 반짝인다.
“사실 2030세대도 안 써보면 잘 몰라요. 먼저 뒷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기계 앞에서 당당해지세요. 주변에 양해를 미리 구하고 내 권익을 보호해 봐요. 자녀와 같이 가도 내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세요. 익숙한 곳만 찾지 말고 이것저것 눌러보며 매장 이벤트나 할인권, 페이 결제 등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기계를 대해 보세요.”
키오스크만 보면 위축되는 사용자들에게 강사님이 전하는 꿀팁이다.
마침 체험존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햄버거와 콜라를 고르며 이리저리 화면을 터치하는데, 손끝에 거침이 없다. “시시하네, 뭐” 학생들의 평가에 속이 뜨끔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노출된 아이들은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도 기기 사용이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기기를 통한 가상 체험을 마쳐도 현장의 각각 다른 키오스크 모델 때문에 실생활 적용이 어렵다는 평이 종종 있다. 그래도 현대를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새 환경을 익히고 체험하다 보면 응용의 이치도 자연스레 깨칠 듯하다. 비록 패스트푸드는 좋아하지 않아도 여러 친구를 불러놓고 햄버거나 커피를 한번 시원하게 쏘아보면 어떨까?
‘지피지기 백전백승’ 열심히 갈고닦은 키오스크 실력을 이참에 제대로 한번 뽐내보자!